심리 상담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증상을 호소하는 내담자, 호소 증상을 다룰 능력이 있는 전문가 그리고 해소방법입니다. 그래서 심리 상담을 받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상담센터를 찾아가면 가장 먼저 말해야 하는 것은 ‘증상’입니다.
증상이란 평소에 느끼지 않던 신체적·정신적 불편함을 말합니다. 증상은 당사자가 느끼는 것으로 문제행동 혹은 이상 행동이라고도 하며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가 관찰한 것은 ‘징후’라고 합니다. 즉, 특정의 증상이나 징후가 발견되고 혼자의 노력으로 개선되지 않아 장기화하는 경우에는 전문가를 찾게 됩니다.
증상에 관하여 듣고 징후를 살핀 전문가는 진단을 내리게 되며 좀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추가로 심리검사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진단을 내린 후에는 환자 혹은 내담자가 호소하는 문제에 관하여 인과관계를 밝히게 되는데 내담자가 호소하는 문제와 연관이 있는 요인들이 무엇인지 또 각 요인이 어떻게 얽혀있는지를 밝히는 과정을 보통 ‘사례 개념화’라고 말합니다. 사례 개념화가 적절히 진행되면 호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치료적 개입이 필요한지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호소하는 것이 임상적인 문제라기보다 부부갈등과 같이 일상에서 발생하는 갈등이라면 진단은 생략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부갈등 때문에 우울 증상을 겪고 있다면 진단도 함께 내려지는 것이 일반적이며 증상부터 다루든가 부부갈등부터 다루든가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내담자의 호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치료를 진행한 후에 치료적 개입이 효과를 발휘했는지 평가하는 과정까지가 사실상 임상 절차에 해당하며 순서는 아래와 같습니다.
진단 -> 사례 개념화 -> 치료계획 -> 치료적 개입 -> 평가
물론 반드시 이런 순서로 진행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정서적으로 흥분하여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경우에 진단부터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먼저 흥분을 가라앉히는 것이 중요하므로 이럴 때는 흥분을 가라앉히는 치료적 개입부터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또한, 진단이나 사례 개념화 과정은 한 번에 종결되는 것이 아니고 사례 개념화 과정의 결과는 가설적인 것으로 문제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확정되거나 완결된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치료적 개입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가설에 잘못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이므로 진단이나 사례 개념화를 다시 살펴보게 됩니다.
따라서 임상 절차의 주요 단계들은 단순히 기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역동적으로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