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상담사를 소개해 달라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좋은 상담사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일까요? 당연히 실력이 좋은 사람을 말하는 것이겠지만, 실력을 판단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으니 어떤 사람을 소개해 주어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습니다.
학력이 좋고 여러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이 좋은 상담사일까요? (여기서 상담사는 심리 상담사라기보다는 심리치료사라고 이해하시는 것이 정확할 것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의사 외에는 '치료'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에 제한이 있으니 상담이라는 말로 대체했습니다.)
학력이나 자격증이 자격의 하한선을 말해준다는 관점에서 좋은 상담사를 단순히 학력이나 소지 자격증으로 판단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극단적인 비교지만, 아직 자격증이 없어도 내담자를 위한 열정으로 가득 차 공부하고 고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격증이 많고 경험도 많은 사람이라도 자기 안에 갇힌 상담을 반복하할 수 있으므로 누가 더 좋은 상담을 할지 알 수 없습니다. 어느 정도 공신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격증이 2~3개 정도인데 비해 공신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자격증이 너무 많은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좋은 상담사란 좋은 상담을 많이 하는 상담자를 의미하겠지만, 좋은 상담사라도 항상 좋은 상담을 할 수 없으므로 좋은 상담사를 찾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또 좋은 상담사로 알려진 상담사가 나에게도 좋은 상담을 제공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좋은 상담사를 찾기보다는 나와 내가 상담받고자 하는 주제에 맞는 상담사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게 맞는 상담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상담사를 만나봐야 합니다. 그래서 2~3회기는 탐색회기라 부르기도 하는데 비용적인 측면에서 심리상담에 '의료보험'이 적용되어야 가능한 얘기라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요원한 이야기입니다.
상담의 결과로 좋은 상담사를 판단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은데 심리 상담의 경우에는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내담자가 만족한다고 해서 그 상담이 반드시 좋은 상담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 한번 오고 다시 오지 않는다고 하여 상담이 실패했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내담자에게 필요한 것이 제공되어 내담자가 회복되고 적절한 시점에 종결된다면 그것은 좋은 상담일테지만, 회복이 되었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또한, 내담자에게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것과 내담자가 원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담자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면 만족도는 높을 것이지만, 내담자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면 상담의 효과가 좋을 것입니다. 내담자가 원하는 것과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아 떨어져 만족도와 효과가 동시에 높으면 좋은 상담일 것입니다. 더 나아가 좋은 심리 상담이라도 전문적인 행위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과학적 이론에 근거해야 하며 단순히 내담자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전문적인 행위라고 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좋은 상담사란 없다. 좋은 상담만 있을 뿐이다.’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입니다. 상담사도 좋은 상담사가 되려 하기보다는 좋은 상담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좋은 상담사가 되려는 사람은 상담사 중심의 상담을 하기 쉽습니다. 멋진 말은 상담사가 해야 하고 내담자가 상담사의 감동받아야 하고 그래야 좋은 상담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좋은 상담을 하고자 노력하는 상담사는 좋은 상담을 위하여 내담자의 이야기에 더 많이 귀기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