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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신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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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0 14:38:47

학문이 세분되기 전에는 철학자가 의사였고 수학자였고 심리학자였습니다. 심리학은 철학에서 독립하여 과학적인 학문으로 인정받으려고 부단히 노력해왔고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이는 마치 최고의 투수가 매일 투구 연습을 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조금 게을리하면 심리학이라는 이름으로 '비과학적'인 것들이 독버섯처럼 파고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비과학적이라고 해서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해서 맞았다는 의미는 더더욱 아닙니다. 비과학적인 것은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진술을 통해 우선 학문적 대상이 되어야 하고 꾸준히 주장하는 바가 타당하다는 것을 제시해야 합니다.

현대 심리학의 시작은 Wundt가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에 ‘실험 심리학 연구소(Institut für experimentelle Psychologie)’를 설치하면서부터라고 말합니다. ‘실험 심리학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분트는 의사, 생리학자, 심리학자였으며 심리학사에 이름을 남긴 유능한 학자들이 분트의 제자였거나 분트와 함께 연구했다는 점에서 분트가 심리학에 이바지한 바는 매우 크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런 분트도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서 낙제도 하고 다른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는 얘기도 있으니 이야기의 사실 여부를 떠나 과거에 시련을 겪었거나 현재 시련을 겪고 계신 분들도 용기를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분트는 인간의 의식(consciousness)을 주로 연구했으며 측정이 가능한 방법을 활용하여 다양한 실험을 했는데 인간의 의식을 가장 단순하게 정의할 수 있는 기본 요소로 나누고 이런 요소들이 어떻게 어우러져 복잡한 정신 현상을 가능케 하는지를 밝히고자 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물질과 정신, 즉 정신과 신체의 관계를 보는 관점입니다.

분트는 정신적 세계와 물리적 세계는 서로 별개의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특정의 물리적 현상에 상응하는 방식으로 정신적 현상이 연결되어 있지만, 서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견해입니다. 정신과 신체에 관해서는 다양한 관점이 있는데 관점에 따라 주변에서 벌어지는 현상,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집니다. 대표적인 관점은 유심론과 유물론입니다. ‘유심론’은 모든 것을 정신적인 것으로 환원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정신을 실체로 인정하는 관점이고 ‘유물론’은 모든 것의 근원은 물질이며 정신 현상도 물질의 작용에 불과하다는 태도로 정신을 실체로 인정하지 않는 관점입니다.

또한, 정신과 신체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신과 신체가 이질적이어서 서로 교류할 수 없으므로 독립적이라는 ‘평행이론’이 있고 역으로 정신과 신체가 상호 작용한다는 ‘상호작용이론’도 있는데 신경전달물질이 연결고리로 작용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신과 신체가 어떻게 상호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한편, 정신과 신체는 하나의 원리에 속해 있는 두 개의 측면(aspects)이라는 ‘양면이론’도 존재합니다.

학자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아마도 상호작용 이론적 입장을 택하는 것이 좀 더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야만 배가 아프면 기분이 나빠지고 기분이 나쁘면 소화가 안 되는 것과 같은 현상들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신체적 원인은 관찰되지 않지만, 신체적 기능 이상이 나타나는 것이나 불안, 슬픔, 두려움, 분노, 죄책감 등과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 탓에 두통, 소화불량, 호흡곤란 등의 신체적·생리적 기능의 손상이 나타나는 것을 이해하려면 정신과 신체가 상호작용하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정신과 신체가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보면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많아지면서 더 복잡해지기는 하지만, 우리를 힘들게 하는 일상의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은 더 다양해질 것입니다.